자전거 이야기

영산강길 도로 사정(목포-광주)

평사겸 2019. 7. 18. 18:26

영산강길 도로 사정(목포-광주)


▶ 영산강 자전거길 느러지전망대에서 본 풍경


최근 자전거 여행 준비를 마치고 제주도에 가려다가 완도-제주 배 운항 시간의 문제로 고민하던 중 갑자기 자여사에 영산강길 다녀오신 분들이 올린 비판의 글들이 생각나더군요.


영산강 자전거길은 도로가 x판이다x똥이 천지다지금까지 다녀본 중에 최악이다...등등


사실 제가 전에 영산강길 투어하면서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 내가 뭘 잘못 봤나...?” 하면서 확실한 검증을 위해 어제 6월 13일 투표 후 목포로 향했습니다.


저의 집에서 목포까지 가려면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했습니다목포 직통도 있지만 하루에 3번 운행해서 시간이 안 맞아 중간에서 갈아탔습니다.


목포터미널에 내려서 영산강하구둑 인증센터까지 가는데 네이버 내비를 따라갔더니 신호등이 대략 20~30개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현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터니널 왼쪽으로 물길 따라 가면 신호등이 없다고 하는데 그게 어딘지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은 없더군요다음번엔 천천히 지도 보면서 연구 좀 해야 할 구간인 것 같습니다.


영산강 자전거길 시점부터는 매의 눈으로 도로를 철저 분석하면서 라이딩 했습니다저는 MTB로 라이딩 했지만 머릿속으로 로드라면 이런 도로에서 필링이 어떨까를 늘 생각하면서 탔습니다.


제 도로 분석 결과입니다. (‘무난이라는 표현은 전국 자전거 전용도로 평균 - MTB, 로드 공통)

1. 영산강하구둑(시점)부터는 도로가 무난하다가 얼마 안가서 공사 구간으로 대략 200m 정도 비포장도로입니다.


2. 특이할 만한 상황이 없다가 시점기준 10Km(나루터 쉼터지나니 대략 500~1,000m 정도 비포장도로가 나오더군요. MTB(하드테일)를 탄 제 입장에서는 비포장도로는 재미있는 구간이었지만 샥이 없는 로드라면 좋은 필링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.


3. 그 이후로 도로는 특이 사항이 없었습니다다만 시점부터 30~50km 구간에서 20여개(일일이 세봤음)의 똥 무더기가 보이더군요. (제 개인적으로는 역겨워 보이지 않았습니다만그런데 똥이 보이는 주변의 공통점은 강가와 가까웠으며 인가가 최소 1km는 떨어져 있더군요그냥 자전거 라이더 아니면 사람이 다닐 만한 곳이 아닌 외진 곳이었습니다가축인 개들이 그 멀리까지 와서 똥을 누고 다시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더군요어느분 말씀대로 강가에 서식하는 동물의 변으로 추정됩니다.


4. 그렇게 가다보면 죽산보가 나오고 승촌보까지는 별다른 특이 사항 없습니다.


5. 승촌보에서 광주천 극락친수공원 구간이 문제더군요. MTB를 탄 제가 구간 내내 어느 정도 덜덜거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탔습니다로드라면 저보다 훨씬 더 안 좋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그런데 맞은편에서 로드탄 젊은이들이 희희낙락하면서 타고 오는 모습을 보니 그것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.


※ 올 4월에 광주에서 섬진강까지 라이딩을 했는데 그 때는 도로를 심도 있게 분석하면서 타질 않아서 확실치는 않지만 문제 될 만한 구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전 담양 메타세과이어길 지나서 가다가 담양댐까지 안 가고 중간에 내비 보면서 일반도로로 빠져서 섬진강 자전거길에 조인했었습니다제가 둔한 것인지는 몰라도 광주-담양 구간 특별히 나쁜 라이딩 필링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(물론 그 때도 MTB로 갔었죠.)


제가 네이버 지도에 나와 있는 자전거 길은 90% 이상 다 라이딩 해 봤습니다만 영산강 자전거길은 MTB 라이더 입장에서는 딱히 문제될 것이 없는 길이며 로드라면 안 좋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풍광 면에서 보면 제 개인적으로는 상급에 속하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길이라 생각합니다.


사실 강따라 바다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자전거 라이더에겐 축복입니다. 아주 좋은 포장도로에서 배려없는 무식한 자동차/트럭들과 매연 맡아가며서 같이 달리는 것보다는 도로 포장 상태가 좀 나쁘고 동물 똥이 좀 있더라도 자연의 신선함 속에서 위협받지 않고 라이딩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에 가깝다 생각합니다.


솔직히 자전거 라이더들이 나라에 얼마나 대단한 공을 세웠다고 그 큰 불평등한 자전거 전용도로의 혜택을 받는지 알 수 는 없지만 우연히 주어진 커다란 혜택에 징징거리기 보다는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? 

애도 아닌데 징징거리기만 하기 보다는 불만 대상을 개선하기위해 자신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는 성숙함이 필요하겠네요대부분 다른 사람들은 감사하며 먹는 무료급식을 얻어먹으면서 주제 파악을 못하고 옆 동네는 고기도 더 주고 밥맛도 더 좋은데 여기 급식소는 왜 이리 구려~~~?”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 아닌 것 같아 보기 참 안쓰럽네요.